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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읍 탑삭골 달걀 귀신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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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kadmin
댓글 0건 조회 869회 작성일 24-08-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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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삭골에서 전해진다는 '얼굴없는 인귀(人鬼) 설화'는 유래가 일본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조리읍 탑삭골 달걀귀신 이야기는 조선시대 공릉장터에서 뇌조리로 넘어 가는 산길로 각색 된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에서 서북쪽으로 샛길을 따라 1km가량 걸어들어가면 20여 가구가 모여사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도깨비촌, 탑삭골이라고 불렸다.

 

옛날에 어떤 젊은이가 이 탑삭골 능선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공릉장터에서 산 물건을 잔뜩 지게에 짊어지고 그렇게 걷다보니ᄁᆞ 귀가 시간이 늦어버렸던 것이다.


젊은이는 투덜거리며 이 탑삭골의 능선까지 걸어왔다. 눈앞에 펼쳐진 울창한 숲 속이 밤이 되자 더욱 거무죽죽하게 보여서 밤에 흥취를 흠뻑 머금고 있는 듯 했다. 숲에 들어가기 전, 젊은이는 탑삭골에 대해 마을 노인들에게 들었던 그 얘기가 떠올랐다.

 

마을 노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어휴, 난 달걀도깨비를 봤다네. 진ᄍᆞ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걸. 소름끼쳐, 그거.” 그러며 그 내력을 이야기해주던 것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해졌다. 기분 나쁘지만치 시꺼먼 숲 속은 조용했다. 벌레들 우는 소리마저 괴기하여 적막만이 감돌 뿐이다.

 

이에 젊은이는, “어휴, 저 어두운 곳을 어떻게 간담, 어서 가야 할텐데 말이야.” 젊은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걸었다. 어쩐 일인지, 이상하게도 걸음걸이가 ᄈᆞᆯ라지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음산한 숲 주위에 바람이 휘몰다 멈추고 스르륵 다시 불어 나뭇잎들을 건들였다.

에이, 빌어먹을.” 젊은이의 머릿속에는 달걀 도깨비를 만나면 그에 홀려 밤새 고생하다가 진흙탕 속에 빠져 죽는다는 전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숲은 더욱 시커멓게 어둠 속으로 접어들었고, 바람은 차츰 거세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갈림나무들이 함성을 터뜨리며 가지를 흔들어댄다. 젊은이의 무서움과 공포심은 갈수록 심해져갔다. 시간은 자꾸 지나가는데도 걸음은 황소처럼 느리기만 한 것 같다. 음산하게 가라앉은 추위가 점점 그의 몸을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젊은이는 뛰었다.

 

무거운 지게를 자꾸 추스르면서 쉬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었다. 목이 바ᄍᆞᆨ바ᄍᆞᆨ 탓다. 땀방울이 옷에 베어 후줄근하다. 이상하다. 다른 때는 이 탑삭골을 아무리 지나다녀도 오늘처럼 걸음이 느린 적이 없을뿐더러 별로 무서운 적도 없었는데, 이게 왠 일일까. 진짜 요괴라도 나타나려는 징조인가? 의구심은 자꾸 젊은이를 괴롭혀왔다.

 

바람이 불었다.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살그머니 나무 위를 쳐다보고,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방이라도 어디에선가 귀신들의 음성이 들려올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젊은이는 시선을 못박은 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이가 시선을 돌린 저만치서 왠 사람들이 괴나리봇짐을 등에 지고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둘 다 하얀 옷을 입었는데, 허리가 꼬부라진 것이 노인들처럼 보였다.

 

먼 발치라 분별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젊은이는 눈을 비비고 그들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왠지 머리칼이 쭈뼛쭈뼛 선다. 지금은 탑삭골을 거의 벗어난 상태이다. 들어가면 죽는다는 숲에서도 거의 벗어난 셈이었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등에 땀이 주욱 흘러내린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훤히 뚫린 들판이 있고, 인가가 있을 것이다. 이 밤에 등에 봇짐을 진 늙은이들을 만났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이 걸음을 재촉케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앞쪽에서 걸어오던 두 늙은이가 옆길로 새더니 탑삭골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노인네들은 겁도 없나. 저리 가면 도깨비가 나타나서 사람을 홀린다는데 말이야.” 젊은이는 꼬부랑 두 늙은이를 고함을 치며 불렀다.

 

여보시오! 그 길은 도깨비가 나오는 길입니다. 빨리 나오세요!” 그 목소리는 비명처럼 숲속을 길게 울려퍼져 나갔다.

어허, 이보시오! 그 길은 도꺠비가 나오는 길이랍니다. 글로 가면 죽는다니깐요!”

몇 번이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잠시 후 두 늙은이는 젊은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다시 젊은이의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옷차림을 보니 한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니, 어디로 가시려고 그 길로 들어가셨습니까?”

 

그들을 살렸다는 만족감에 반갑게 물어볼 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젊은이보다 걸음이 빠른 두 늙은이. 그 두 늙은이는 서로를 마주보며 차츰 가까이 오는 것이다. 근데 이 어찌 된 일인지 젊은이가 입을 열려고 우물거리는 그 순간, 하얀 옷을 입은 늙은이들은 어느 사이에 젊은이 곁을 지나쳐 뒤쪽으로 걸어가 버리는 것이다.

 

바람을 타고 가는지 그 빠르기가 매우 빨랐다.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가 않는다.

, 이보시오!”

그들에게 돌아선 젊은이는 저만치 걸어가는 노인들을 불러세웠고, 그때 그들은 똑같이 멈추어 선다. 그리곤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 찰나, 젊은이의 목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리고는 기절초풍하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하얀 삼베옷에 하얀 머릿털, 하얀 얼굴. 쓱 돌아다보는 그 얼굴은 깎아 지르는 듯한 절벽 뿐이었다. , , 입이라곤 애시당초부터 타고나지 않았는지 전혀 그 형태조차 없는 달걀모양이 젊은이를 비웃듯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돌아가면 죽어나온다는 그 속으로 하얀 안개가 사라지듯 그렇게 슬그머니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젊은이는 혼비백산하여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문을 박찼을 땐 지게 위에 잔뜩 얹었던 짐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젊은인 넋을 잊고 말았다. 얼굴 없는 달걀 모양을 발견해서가 아니다. 하얀 베옷차림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는 두 영감과 마누라의 눈에 띄었을 때부터 젊은이의 혼은 이미 홀려버렸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그 젊은인 그 달을 넘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저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출처: 파주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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