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파주신문 창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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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에 부쳐
우리는 임진강의 넉넉함과 감악산의 우람함, 그리고 파주 벌판의 너그러움을 끌어안고 오늘 파주신문을 창간한다. 파주신문은 조상의 숨결이 담긴 공기와 조상의 얼이 묻힌 흙과 조상의 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이 쌓이고 쌓여 지금 파주에 새로운 빛을 일으키고자 오늘, 파주신문을 창간한다.
뒤덮힌 눈과 두꺼운 얼음들은 긴 겨울을 참고 견디어 낸 후 비로소 신비롭게 솟아오르는 생명의 물이 된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오늘 파주신문을 창간한다. 20세기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사라지는 1천9백90년. 21세기의 힘찬 전진의 발걸음이 북소리처럼 울려오는 1천9백90년. 파주신문은 대전환과 대변혁의 중간지점에 서서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딛는다.
역사는 흐르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오늘을 시점으로 본 세계의 역사는, 넓게 보면 세계와 국가, 좁게 보면 가정과 개인을 지배하던 기존의 가치체제가 변화, 개량돼 가고 있으며, 세계질서의 핵이 되는 인간정신은 갈등과 혼란에 빠져 있다. 이념을 축으로 좌우로 갈라섰던 인간들이 공존의 문을 통해 화해의 결합을 진행시키고 있다.
개방의 물결은 동유럽을 거쳐 중국과 소련에 와서 개혁으로 이어져, 지구촌은 이제 자유화, 민주화, 인간화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와 같은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배경으로 오늘 파주신문은 태어났다.
우리는 황금만능주의와 퇴폐와 마약과 범죄와 심각한 이기주의와 도덕성의 상실에 기인한 서구문명의 퇴조를 지켜보고 있다. 또한 21세기 인류문명의 새로운 구심점은 아시아 태평양권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예감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위에 오랫동안 군림했던 서구문명은 지는 달과 같고, 안으로 물같이 흐르던 동양문명은 이제 떠오르는 해처럼 우리들의 역사를 밝혀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념에 기인한 갈등의 역사가 끊이질 않았고, 그로 인한 분단의 아픔 또한 지금껏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주변의 변화들은 이제 우리 민족도 하나로 통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게 해준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면서 파주신문의 나아갈 길을 밝혀 둔다.
파주신문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회건설에 기여하겠다. 잃어버린 진실과 숨어버린 양심은 일깨워 주고, 떳떳한 윤리는 속속들이 밝혀내어 반목과 불신을 제거하겠다. 갈등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겐 용기와 지혜를 주며 정직하게 역사를 기록하는 자가 되기 위해 냉철한 이성으로 옳음을 따르는 진실한 신문이 되겠다.
파주신문은 파주에 사람이 차고 넘치는 풍토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 권리가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소망을 위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아름다운 마음을 같이 나누며,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풍토조성에 앞장서는 것은 언론이 짊어져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따라서 파주신문은 어려운 이웃을 소개하여 서로 돕고 사는 미풍을 일으키고, 소외된 이웃은 공동의 광장으로 불러들여 우리 향토 구석구석에 푸성귀 같이 풋풋한 사람이 흘러넘치는 고장을 건설하기에 주력하겠다.
파주신문은 인간 존중의 사회실현을 위해 기여하겠다. 의롭게 사는 자의 편에 설 것이며 어렵지만 보람 있게 살고자 하는 저소득층의 권익신장을 위해 날카로운 펜 끝에, 더 날카로운 눈을 달고, 그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황토빛 얼굴들을 찾아 지쳐 쓰러질 때까지 파주 벌판을 누비겠다.
파주신문은 바래져가는 향토문화를 발굴 보존 계승시키는 데 주력하겠다. 높은 학문과 깊은 사상, 고고한 인품과 덕망으로 파주의 정신을 민족의 정신으로까지 승화시켰던 명현지사들의 뜻을 현재에 맞게 재창조하여, 높은 수준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향으로 우리 고장이 자리 잡도록 다각적인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파주신문은 청년지도자의 발굴, 육성에 일익을 담당하겠다. 청년은 향토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는 힘의 원동력이다. 청년의 청동빛 굵은 팔뚝에 파주의 미래는 달려있다. 젊은 신문, 젊은 피가 도는 신문, 이것이 또한 미래의 파주신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면을 활짝 열어놓고 건전한 사고를 가진 청년이, 향토의 번영과 21세기의 주역,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소개하겠다.
파주신문은 고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고향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고향을 떠나있는 이들에게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데 노력하겠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파주 향우들의 심부름꾼이 될 것이며 파주인들끼리 마음과 마음을 맞잡을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
파주신문은 정치적으로는 엄중 중립을 지키며 국가의 이익에 배치되는 일에는 가담치 않을 것이며 어떤 종교로부터도 자유로울 것이다. 파주신문의 궁극적인 최대 목표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건설을 위함이며, 살기 좋은 향토 건설을 위해 온 파주인이 화합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는 정신을 불어넣는 데 있다.
파주신문은 통일의 최전진 기지에서 오늘 태어났다.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초록빛 잉크로 호외를 찍어, 그 소식을 전국에 전할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 파주신문은 도도한 역사의 한 여백에서 첫 발자국을 당당히 찍는다.
1990.2.28.
출처 : 파주바른신문 2021.8.22. 이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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