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눈- 강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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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kadmin 작성일 25-04-14 09:58 조회 713 댓글 0본문

파주의 4월 중순, 벚꽃이 한창 만개할 시기에 갑작스레 눈이 내렸다. 하얀빛 꽃망울들이 흰 눈송이를 받아들며 흔들렸다.
벚꽃은 당황했다. 자신의 화려한 시간이 눈에 가려질까 걱정했다. 하지만 벚꽃은 이 예상치 못한 눈송이가 오히려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눈송이가 꽃잎 위에 앉아 더욱 선명한 흰 빛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벚꽃은 이런 순간을 겨울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맞이했다. 자신의 부드러운 꽃잎 위에 내려앉는 차가운 눈송이로 계절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을.
"걱정 없어. 이 눈은 오래가지 않아. 오히려 나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해줄 거야." 벚꽃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해가 뜨자 눈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벚꽃은 더욱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봄날을 계속 노래했다. 봄과 겨울이 잠시 공존했던 이 특별한 날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4월13일 공릉천 제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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