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의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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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의 아픔을 언어화하면서 경험한 치유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성장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 표지

개요

이 책은 파주 적성에서 1972년에 태어나 지역의 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파주시청에 근무했던 신경숙 작가의 글이다.

본명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를 쓴 신경숙 소설가와 이름이 같아 필명인 신수현으로 책을 출간했다.

신 작가는 2002년에 임신 중 신우신염으로 퇴직하고 2005년에 공개경챙채용시험으로 다시 파주시청에 근무했다. 그리고 또 건강상의 이유로 2020년에 퇴직했다.

이 책은 소심한 작가가 직장과 가정이라는 삶을 이어온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엮어낸 고백서이다.

프롤로그

 
신수현 작가

상처에 언어를 입히면 치유되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회복이 될 무렵 난 느닷없이 블로그를 시작했 다. 십여 년 전 계정을 만들었는데 가끔 비밀일기 쓰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난 떠오르는 상처를 하나씩 적었다. 오십 평생 살면서 토해 내지 못한 숱한 말들이 있다.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짓누르 고 있는 상처들을 꺼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살면서 수없이 박힌 못을 작정하고 뽑아내 글을 썼다. 쓴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렸다.

빼낸 못으로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난 올해 초부터 블 로그 글을 하나씩 꺼내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 분량이었 던 글을 세 페이지로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아 여러 번 포기하려 했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다시금 쓸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내용 구성

'기억 저편의 나를 만나다'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경험과 내면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겪었던 내성적인 성격과 빨간 볼로 인한 콤플렉스, 학창 시절의 기억들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특히 이 책은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작가는 "최고의 트라우마" 장에서 글쓰기를 통한 치유를 강조하며, 상처를 글로 표현함으로써 고통이 줄어드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장 그르니에의 "고통은 언어를 얻고 나면 이슬처럼 증발한다"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가증여사"와 "막춤 추기" 장에서는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장에서는 단순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작가의 현재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한 인간의 여정을 담은 치유의 에세이이자,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록이다.

목차

  • 악착같이 살아 줘서 고마워요
  • 착한 사람 콤플렉스
  • 잔인한 궁합
  • 진정한 해피엔딩
  • 산 중턱 작은 집
  • 볼 빨간 쑥이
  • 내 친구 누렁이
  • 간절했던 우산 하나
  • 여덟 시 신데렐라
  • 플라토닉 러브
  • 까무러치게 좋은 꿈
  • 최고의 트라우마
  • 지금을 살아 내기
  • 행복을 입히는 일
  •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
  • 있을 때 잘하자
  • 특별한 백억이
  • 사과 깍기에 관한 진실
  • 지난한 여정
  • 첫 소개팅의 흑역사
  • 편지 속 청년
  • 그에게 빠졌습니다
  • 두 번의 부산행
  • 은혼식 기념 여행
  • 운전 공포증
  • 허황된 꿈
  •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 잘 참았다
  • 조용한 가족
  • 첫 사수
  • 가증 여사
  • 막춤 추기
  • 고약한 술버릇
  • 로또 같은 남편
  • 어머니 단상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주요 내용

착한사람 콤플렉스

또 하나의 사건은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청소 당번이라 방과 후 교실에 있던 쓰레기통을 소각장에 가져가 비 웠다. 교실로 돌아오는데 난 무엇 때문인지 분노가 가득 찬 얼굴 이다. 누가 나를 놀려 댔을까? 아니면 청소 당번이 둘인데 혼자 청소한 탓에 화가 났던 걸까? 화가 왜 났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지고 있던 파란 쓰레기통을 시멘트로 만든 의 자에 내리쳐 깨트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 장면만 기억의 파편 처럼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다. 사람은 그간 살아온 과거의 일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잊히기 때문이다 -23

볼 빨간 쑥이

나는 뼛속 깊이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것의 근원적 요인은 내 가 빨간 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강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생각해 보시라, 자신의 볼이 새빨 간 사과처럼 붉다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난 창피해 서 머리를 꼿꼿이 들어 올리지 못했다.

언제나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가리려 노력해도 불타오르는 볼은 확연하게 눈 에 띄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낮술이라도 했냐며 웃어 대기 일쑤 였고 '홍당무'와 '빨갱이'라는 별명도 나와 함께 늘 붙어 다녔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난 사람들의 놀림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볼은 더 활활 타올랐다. 어찌나 뜨거운지 달걀 프라이도 부쳐 낼 수 있을 것 같았다.-53

최고의 트라우마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를 꺼내 글로 표현하면 그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런 놀라운 사실을 경험한 후에는 품지 않고 쓰게 된다. 상처는 드러낸 만큼 감량된다. 나는 확신한다. 이 글을 쓰기 전보다 후의 마음 무게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알베르 카뮈가 애정하던 스승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이란 산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 다. "고통은 언어를 얻고 나면 이슬처럼 증발한다." 고통의 감정을 글로 쓰면 고통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깊게 공감한다. 난 그의 문장을 발견하고는 감격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움과 그도 나와 같다는 동질감에 한없는 기 쁨과 위로의 눈물을 흘렸다. 나도 치유의 목적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난 쓴다. 오직 그것을 통해 고통은 사라진다. -104

두번의 부산행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그녀 앞에서 몹쓸 짓을 했구나 싶었다. 난 '은고'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 지 못했다. 그만큼 언제나 밝았다. 말투도 그랬다. 시한부 인생 이란 말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꿈인가? 싶어 통화하다가 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꿈은 분명 아니었다.

몇 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자 몽가득'과 나는 엉엉 울었다. 얼굴이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 목이 메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우린 서로 웅얼거렸다. '은고'가 지금까지 살아 낸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다. 선고받 은 날보다 두 배의 시간을 더 살아 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전 화를 끊고도 한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181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젠 명문대 나온 친구의 실업계 비하 발언에도 욱하지 않고 웃게 되는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지금은 그것조 차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 면 진짜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마는 세상이다. 뭐든 내 안에 있다는 말은 진리고 사실이었다.-222

가증여사

반면 '가증 여사'라는 말은 나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착하게 살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나에게 왠지 모를 평안을 안겨 줬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살피고 감정을 엿보는 과정은 나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일이다.

나의 바람이 분명해질수록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지 않 게 된다. 타인과 문제없이 잘 어울리는 동안 나는 내 자신을 잃 고 지냈다. 이젠 아무런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좋아 한다. 내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관계가 바람직하고 소중하다 조금씩 관계를 끊어 내고 정리하다 보니 절로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254

막춤추기

살다 보면 가끔 우울함이 찾아온다. 하늘도 매일 쾌청한 푸른 빛을 보여 주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울함의 경중 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어설픈 우울감에 딱 맞는 처방은 막춤이다. 국어사전에 '막춤'이란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 제멋대 로 추는 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춤까지 형식을 끼워 놓을 필 요는 없지 않은가. 그저 몸 가는 대로 추기만 하면 된다. 흘러나 오는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린다. 이처럼 쉬운 것이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으랴. 어처구니없게도 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춤으로 소화한다.

신나는 댄스곡은 손과 발을 사방으로 제멋대로 움직 이며 열정적으로 춘다. 발라드나 조용한 노래는 그 리듬과 가사 에 맞게 마치 발레라도 하듯 손끝과 발끝을 이용해 방 안을 누빈 다. 그럴 때마다 마치 춤으로 연기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춤 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내 몸이 자유로워짐을 느끼기 때문이다.-254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맞는 적정한 속도와 리듬을 탈 수 있다는 안도감은 나 자신을 충만하게 한다. 그 매 력은 내게 고독을 좋아하도록 만들었다. 고독은 내겐 평화 그 자 체다. 우리가 흔히 낙원이라는 뜻으로 쓰는 파라다이스라는 단 어 어원을 나무위키에서 본 적이 있다.

고대 아베스타어로 '장벽 을 두른 곳'이라는 뜻이다. 지금 난 낙원에 살고 있는 셈이다. 나 의 생활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극단적으로 단순해졌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게 된다. 가령 저녁 산책하러 나갔다가 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강한 자극도 변화도 없다.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감사한 마음은 매일 발현되고 이만하면 되었다는 삶의 만족감이 용솟음 치고 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믿어지지 않는다.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있었던 것 같지 않은 평화다. 난 평안하다. 인생의 쓴맛을 맛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299

문헌정보

  • 도서명 기억 저편의 나를 만나다
  • 초판 1쇄 발행 2024, 12. 20.
  • 지은이 신수현
  • 펴낸이 김병호
  • 펴낸곳 주식회사 바른북스
  • 편집진행 황금주
  • 디자인 양헌경
  • 등록 2019년 4월 3일 제2019-000040호
  •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5길 9-16, 301호 (성수동2가, 블루스톤타워)
  • 대표전화 070-7857-9719 | 경영지원 02-3409-9719 |
  • 팩스 070-7610-9820
  • ISBN 979-11-7263-883-2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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