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넘는 소나타 – 심언섭
담을 넘는 소나타

붉은 장미가 담장을 넘는 것은
단순히 영역을 넓히려는 욕심이 아니다.
안마당의 고요에 갇힌 향기가
바깥세상의 소음과 섞이고 싶어 하는
간절한 연주다.
햇살은 건반 위를 달리는 손가락이 되어
꽃잎마다 층층이 화음을 쌓고,
바람은 현을 긋는 할이 되어
넝쿨 끝에 매달린 음표들을 흔든다.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쉼표 하나가 찍히고,
길 가던 이의 발소리가
잦아들 때,
담장 위에는 낮은 저음의 비올라 곡조가 흐른다.
경계를 허무는 일은
늘 이토록 아름다운가.
벽을 타고 흐르는
초록의 선율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턱을 넘을 때,
세상은 비로소 하나의 악보가 된다.
담장을 넘는 꽃, 경계를 넘는 음악
심언섭의 담을 넘는 소나타]를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장미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담장 위로 고개를 내면 장미 한 송이가 보인다. 그러나 몇 줄을 더 읽고 나면 그 장면은 조용히 소리로 바뀐다. 햇살은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되고 바람은 현을 긋는 딸이 된다. 꽃잎은 겹겹이 포개진 화음처럼 울리고 성굴 끝에 매달린 꽃들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음표들처럼 흔들린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보이는 풍경이 어느새 들리는 음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장미는 더 이상 단순한 꽃이 아니다. 햇빛과 바람, 향기와 색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은 실내악이 된다. -박성진 문화평론가-
안드로메다

어머니 떠나신 지 십여 년
그 먼 길 무사히 도착은 하셨는지요
기별 한 번 오지 않는 걸 보니
그곳 소식 전해오는 데도 또 십여 년,
아니 그보다 더 걸리려나 봅니다
소식이 더디 오면 어떻습니까
그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나 또한 어머니 계신 그 푸른 별 안드로메다 겉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걸요
어머니, 조금만 더 계셔 주십시오
이 우주의 길 위에서
우리 기어이 만나는 날
못다 한 소식을 별빛처럼 쏟아내며
당신 품에 깊이
안기겠습니다
별까지 이어진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의 존재론
애도를 우주로 확장한 시적 출발
이 시는 어머니의 부재라는 개인적 상실에서 출발하지만, 그 감정을 단순하다. 시인은 '안드로메다'라는 초월적 공간을 호출함으로써, 애도를 시간과 이는 "저 하늘에 계신다"는 관습적 표현을 넘어, 상실을 보다 구체적이고도 물리적적인 거리로 재구성하려는 시적 의지다. 이때 우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리움이 도달해야 할 실존적 좌표로 기능한다 - 박성진 문학평론가-


Very good i lik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