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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대관을 시작하며-안기풍

안기풍 시인

나는 시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평생을 문학과 현장 사이에서 걸어왔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깊게 읽어내는 도구였고, 사진은 찰나의 진실을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이 두 세계를 오가며 얻은 결론은 결국 ‘사람’과 ‘연결’이다. 이제 나는 내가 가진 소중한 공간인 ‘발명가 K-POP 공연장’과 ‘원송갤러리’를 파주의 지역 예술인들에게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단순히 장소를 빌려주는 차원을 넘어, 운영비와 홍보까지 전액 무료로 지원하는 결단을 내린 데에는 나만의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편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지역 예술인들과 뜨거운 열정을 품은 동호회원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찾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대관료와 운영비라는 경제적 문턱 앞에서 그들의 창의성은 빛을 보기도 전에 사그라들곤 한다. 나는 그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예술가가 비용 걱정 때문에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꿔온 광탄면의 이 공간들은 나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곳이다. 최신 음향 시설을 갖춘 공연장은 소규모 쇼케이스부터 화려한 밴드 공연까지 품을 준비가 되어 있고, 원송갤러리는 회화와 사진, 캘리그라피와 서예 등 다양한 시각 예술을 담아낼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공간들이 비어 있을 때보다 누군가의 선율과 붓터치로 채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고 믿는다. 비어 있는 공간은 고여 있는 물과 같지만, 예술가가 머무는 공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주변을 적신다.

무료 대관의 목적은 파주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데 있다.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전기와 수도 같은 기본적인 운영비는 물론 소셜미디어와 현수막을 통한 홍보까지 내가 직접 지원하는 이유는 하나다. 참여하는 이들이 오로지 ‘창작’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함이다. 시 한 구절을 짓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찰나의 사진 한 장을 위해 수만 번 셔터를 누르는 그 고귀한 노력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다.

이번 지원 사업은 피아니스트, 노래교실, 색소폰 동호회부터 보컬 밴드, 한국무용, 시 낭송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예술 장르를 아우른다. 나는 이곳이 파주의 숨겨진 보석들이 발견되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 이름 없는 거리의 시인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평범한 주부였던 이가 화가로서 자신의 색깔을 뽐낼 때 우리 지역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문학과 사업이라는 두 영역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온 나의 철학은 이제 이 공간들을 통해 지역사회로 확장되려 한다. 예술은 나눌수록 커지고, 공간은 사람으로 채워질수록 깊어진다. 파주를 사랑하고 예술을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공간은 언제나 열려 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무대와 전시가 지역 문화계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고,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문의 및 접수

  • 시설: 원송갤러리 / 발명가 K-POP 공연장
  • 전화: 031-94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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