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늦고 일자리는 없다 — 2025년 파주시 사회조사, 그 나머지 이야기[4편]
파주위키는 앞서 2025년 파주시 사회조사 결과를 소재로 세 편의 르뽀를 발표했다. 시민의 지갑 사정을 다룬 가계부 편, 삶의 만족도를 다룬 편, 그리고 늙어가는 도시의 노인 문제를 다룬 편이다. 그런데 이 세 편 사이에는 아직 하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삶의 만족도 편에서 시민들이 지역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교통이 불편해서”(49.4%)였다. 그 불편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정작 다뤄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가계부 편은 소득과 부채를 짚었지만, 그 소득을 벌어들일 일자리 자체가 파주에 충분한지는 묻지 않았다. 이번 편은 그 빈틈을 채운다.
① 하루 37분, 승용차에 갇힌 통근길
파주시민의 69.2%는 통근이나 통학을 한다. 편도로 걸리는 시간은 평균 37.1분이다. 목적지는 거주 시군 내가 66.8%로 가장 많고, 서울(16.2%)과 경기도 내 다른 시군(15.9%)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동 수단을 보면 대중교통 도시라기보다는 자동차 도시에 가깝다. 승용차가 57.4%로 압도적 1위이고, 버스는 16.9%에 그친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하다. 문산·조리·법원 등 읍면 지역(1권역)은 거주 시군 내 통근 비율이 79.3%로 높아 대체로 가까운 곳에서 일하지만, 금촌·교하·운정 등 동 지역(2권역)은 서울 통근 비율이 19.8%로 높다. 신도시가 서울로 가는 베드타운 성격을 여전히 짙게 띠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오래 걸리는 이동 수단은 기차(110.3분)였고, 지역별로는 타 시도로 통근하는 경우 평균 151.0분, 두 시간 반이 걸렸다.

② “버스가 안 온다” — 만족보다 큰 개선 요구
버스에 만족하는 시민에게 이유를 물으면 답은 명확하다. 시내·마을버스 만족자(27.2%)의 71.3%, 시외·고속버스 만족자(15.8%)의 59.1%가 “정류소 버스 도착 정보”를 꼽았다. 언제 올지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크게 오른다는 뜻이다.
문제는 만족하는 사람보다 불만족한 사람이 훨씬 두텁다는 데 있다. 시내·마을버스에 불만족한 시민(30.4%)의 64.2%는 “버스노선 부족·불편”을, 60.7%는 “배차간격이 길다”를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시외·고속버스도 사정은 비슷해서 불만족자(30.7%)의 67.8%가 배차간격을, 63.9%가 노선 부족을 지적했다. 지하철·경전철에 대한 매우 만족 비율(15.2%)이 시내버스(6.1%)나 시외버스(3.1%)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파주시민이 “교통이 불편하다”고 답할 때, 그 불편의 정체는 대체로 버스 노선과 배차간격이었다.

③ 병원은 부족하고 주차장은 좁다
주거환경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주택 55.2%, 상하수도·도로 등 기반시설 56.1%로 절반을 조금 넘긴다. 그러나 주거지역 내 주차장 이용 만족도는 46.1%로 셋 중 가장 낮다. 아파트가 늘고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도시에서, 정작 차를 대는 문제는 가장 덜 풀린 숙제로 남아 있다.
필요한 공공시설을 물었을 때 시민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보건의료시설(공공병원·보건소 등)로 52.3%에 달했다. 공원·녹지·산책로(23.1%)나 사회복지시설(22.4%)을 두 배 이상 앞선 압도적 1위다. 한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90.9%로 높은 편이지만, 2017년부터 법제화된 소화기·화재경보기 의무 설치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46.2%에 그쳐, 제도와 인지도 사이의 간극도 확인됐다.

④ 일자리가 충분하다는 시민, 열에 한 명도 안 된다
거주지역에 일자리 기회가 충분하다고 답한 시민은 14.2%뿐이다. 절반에 가까운 47.0%는 “보통”이라 답했고, 32.8%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가계부 편에서 확인된 소득 불만(만족 14.3%)과 나란히 놓고 보면, 파주시민의 벌이 사정이 팍팍한 배경에는 일자리 자체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직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수입(37.8%)과 안정성(31.6%)이었다. 시가 일자리 창출에서 우선해야 할 분야로는 일자리 발굴사업(31.0%)과 취업알선(22.0%)이 꼽혔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산업단지보다, 있는 일자리를 찾아 연결해 주는 실무적인 지원인 셈이다.

⑤ 경력단절여성, 열에 여덟은 겪었지만 넷에 셋은 다시 일하고 싶다
19~54세 미취업 여성 가운데 직장이나 일을 해 본 적이 있는 비율은 84.2%다. 그만둔 이유는 육아(32.2%)가 가장 컸고, 결혼(20.2%)과 근로여건 불만족(18.4%)이 뒤를 이었다. 다시 일하려 할 때 가로막는 장애물은 “경력단절로 인한 업무역량 저하”(30.6%)와 “가사·육아 부담”(27.4%)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직장에 다니거나 일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75.9%에 달했다. 계획하는 근무기간으로는 “가정 일에 관계없이 계속 취업”(40.1%)이 가장 많았고, 희망하는 근로형태는 임금근로자(93.8%)가 압도적이었다. 경력이 끊긴 이유는 가정에 있었지만,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가정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⑥ 관광객은 늘어도 볼거리는 그대로
최근 1년 사이 관광 경험이 있다는 시민은 60.2%다. 관광지를 고를 때는 인터넷·모바일 웹(77.8%)에 압도적으로 의존한다.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로는 임진각·DMZ 등 안보관광지(46.2%)가 첫손에 꼽혔고, 마장호수(20.2%)와 헤이리예술마을(19.6%)이 뒤를 이었다.
파주시 관광지를 실제로 방문한 경험률은 59.9%, 만족한다는 응답은 55.8%였다. 그러나 불만족한 9.4%에게 이유를 물으면 절반 가까이가 “볼거리·먹을거리가 다양하지 못해서”(48.2%)라고 답했다. 여가활동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15.6%에 그쳐, 관광지를 찾는 시민은 많아도 그곳에서 머물며 즐길 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⑦ “문화관광도시”인가 “안보도시”인가 — 시민이 그린 파주의 얼굴
파주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를 물었을 때 1위는 산업·경제(41.4%), 2위는 도시·교통(36.2%)이었다. 앞서 살펴본 일자리 부족과 대중교통 불만이 정확히 시민이 가장 바라는 정책 우선순위 1·2위와 겹친다.
파주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문화관광도시(출판도시·헤이리·임진각 등) 36.7%로 1위였고, 신도시(운정·교하·금촌 등) 26.3%, 안보통일중심도시(DMZ·민통선 등) 18.2%가 뒤를 이었다. 시 공식 캐릭터 파랑이의 인지도는 67.0%였다. 정책 소식을 얻는 주된 경로는 SNS(23.9%)였고, 현수막 등 홍보물(19.1%)과 가족·이웃·친구를 통한 입소문(17.9%)이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파주를 문화와 관광의 도시로 그리면서도, 정작 개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산업·경제와 교통이라는 실용적인 문제 해결이었다.

총평

2025년 파주시 사회조사 네 편을 모두 통과하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고(14.3%) 일자리도 부족하다 느끼며(14.2%), 버스는 노선도 배차도 답답하고(불만족 30% 안팎), 관광지는 찾아가도 볼거리가 마땅치 않다(불만족 이유 48.2%). 삶의 만족도는 6점대에 머문 채(6.2점) 은퇴를 앞둔 50대의 63%는 노후를 준비할 능력조차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파주를 문화와 관광의 도시로 먼저 떠올리고(36.7%), 절반을 훌쩍 넘는 이들이 10년 후에도 이곳에 남겠다고(58.5%) 답한다. 산업·경제와 교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도 결국 같은 이유에서다. 떠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계속 살고 싶은 도시이기에 그 불편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숫자들이 그려낸 파주의 얼굴은 불만이 아니라, 애정 섞인 불만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