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건립 추진, 결이 다른 행정 – 이기상
최근 낙하리 신설 소각장 건립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고준호 전 경기도의원의 증언으로 사실로 나타났다.
신설되는 낙하리 소각장 예정지와 기존 소각장(파주환경관리센터)은 3백미터 정도의 거리 밖에 되지 않지만 행정 절차는 너무나 다르다.
이 내용은 송달용 전 파주시장의 회고록 『나는 파주인이다』 중 “파주시민을 위한 쓰레기소각장 건설”를 중심으로 1990년대 낙하리 1호 소각장 건립 과정과 2020년대 낙하리 2호 소각장 추진 과정을 비교했다.
회고록 속의 낙하리
송달용 전 시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1990년대 파주시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반출에 의존하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자체 소각장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세 후보지를 물색했다. 문산읍 이천리 인근, 금촌3동 야동동 인근, 그리고 탄현면 낙하리. 시청은 이 중 어디를 택할지 스스로 정하지 않았다. 읍·면·동 대표 22명을 버스에 태워 세 곳을 직접 답사시킨 뒤 무기명 투표에 부쳤고, 그 결과 낙하리가 100% 찬성으로 낙점됐다.
그 뒤의 이야기는 회고록 한 편을 거의 다 채울 만큼 상세하다. 반대투쟁위원회의 천막 농성, 면장과 환경과장의 잇단 설득, 일본 소각장 견학, 숙원사업 다섯 가지를 건 마을총회 결의, 그리고 내포리 주민들과의 두 번째 대치와 시장의 현장 결단까지. 30년이 지나 낙하리에 두 번째 소각장 계획이 등장했을 때, 이 회고록은 뜻하지 않게 비교의 기준점이 됐다.
결정권을 누구에게 두었나
1호 소각장 때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결정권을 손에서 내려놓는 것이었다. 시청이 후보지를 지정하면 어차피 반발을 살 것이라 보고, 읍·면·동 대표들의 무기명 투표로 입지를 정하게 했다. 낙하리라는 결과에 시청도, 주민도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2호 소각장 때는 정반대였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입지선정위원회가 일곱 차례 열렸지만, 이는 행정 내부 위원회의 심의였지 주민이 후보지를 직접 답사하고 표를 던지는 절차는 아니었다.
시민단체가 광역소각장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고 청원했을 때도, 파주시의회는 “장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광역시설 결정은 파주시 혼자 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본회의 상정 자체를 하지 않았다. 1호 때 시청이 스스로 만들어 냈던 주민 참여 절차가, 2호 때는 시민 쪽에서 요구했는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보를 먼저 꺼냈는가, 감추었는가
회고록 속 공무원들은 협상 카드를 먼저 내놓는 쪽이었다. “낙하리 주민이 원하는 숙원사업은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말을 시가 먼저 꺼냈고, 다이옥신 배출 기준이나 시설 설계 방향도 주민들 앞에서 직접 설명했다. 내포리 주민 100여 명 앞에서 시장이 직접 소각장 필요성과 유해성 대책을 설명한 지중해식당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2호 소각장에서는 순서가 거꾸로 흘렀다. 2025년 12월 15일 파주시는 “고양시와 확정된 협약·합의문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그런데 닷새 뒤인 12월 20일, 고준호 경기도의원(당시 국민의힘 파주1)이 “직매립금지 제도 준비현황 관리카드”, “경기도 자원순환 시행계획 변경요청 문서” 같은 행정 내부 문서를 근거로 파주 400톤에 고양시 300톤을 더한 700톤 규모 광역소각장 계획이 이미 행정 안에서 관리되고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후에도 파주시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단순한 검토 자료”라는 입장을 반복했을 뿐, 고 의원이 요구한 공개토론이나 고양시 폐기물 미반입 선언에는 응하지 않았다. 회고록의 공무원들이 조건을 먼저 공개하며 협상했다면, 2호 소각장의 공무원들은 이미 갖고 있던 계획을 부인하는 쪽에 가까웠다.
시장이 현장에 있었는가
회고록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시장 본인이 반복해서 현장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출장길에 낙하리에 들러 주민과 점심을 함께 먹고, 내포리 주민 100여 명 앞에서는 두 시간 넘는 찬반격론 끝에 “파주 전체의 환경을 위해 소각장은 반드시 건설한다”고 그 자리에서 선언했다. 실무진은 “여지를 줘야 주민을 달랠 수 있는데 왜 못박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그 즉석 결단으로 갈등은 오히려 정리 국면에 들어갔다.
2호 소각장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2024년 10월 주민설명회 직후 주민들은 시장의 직접 참석과 다이옥신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응대한 것은 시 관계자였고 그나마 “중요한 결정이나 고시에 앞서 설명회를 다시 열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2025년 2월 공청회에서 주민 약 200명이 굴뚝 지하화를 요구했을 때도 답변한 것은 용역책임기술자였다. 30년 전에는 시장이 직접 결단하고 그 결단을 자기 입으로 선언했다면, 이번에는 결정도 설명도 실무 선에서 처리되고 시의 최종 입장은 문서로만 나왔다.
방침이 언제, 왜 바뀌었는가
1호 소각장에서 방침을 바꾼 것은 시 스스로였다. 낙하리 주민의 반대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시는 일본 견학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냈고, 내포리 주민이 반발하자 진입로 개통 등 숙원사업을 다시 설계해 제시했다. 매번 시가 먼저 움직였다.
2호 소각장의 방침 전환은 다른 경로를 밟았다. 2026년 8월 파주시는 타 지자체 폐기물을 받지 않는 400톤 단독소각장으로 방침을 정했는데, 이는 시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 아니다.고준호 전 의원의 문서 공개와 서명운동, 그리고 소각장이 들어설 낙하리보다 오히려 운정신도시 쪽 여론(응답자 1,325명 중 83%가 단독소각장 지지)이 강하게 실린 결과에 가까웠다.
고 전 의원은 방침 전환을 환영하면서도 “정책은 바꿀 수 있지만 시민을 속인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며 고양시와의 협의 경위와 행정문서 작성·보고 과정, 대시민 해명 전반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남는 질문
같은 낙하리, 같은 소각장 문제를 놓고 두 시기의 공무원들이 보인 태도에서 절차의 정교함에서는 2호 쪽이 앞선다. 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는 1호 때보다 형식은 철저하다.
1호 소각장 행정은 결정권을 주민에게 나누고, 정보를 먼저 꺼내고, 시장이 현장에서 직접 책임지는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냈다. 반면 2호 소각장 행정은 절차는 갖췄지만 핵심 사실을 부인하다가 외부 압박에 밀려서야 방침을 바꿨고, 이 차이는 30년의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기상 파주위키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