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리 신설 소각장, 시민에게 숨겨졌던 700톤
파주시가 탄현면 낙하리에 추진해 온 소각장 신설사업은 2020년 착수 이후 6년간 규모와 방식을 놓고 표류했다. 시는 그 사이 시민들에게 “광역화는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을 거듭했지만, 실제로는 고양시 폐기물 300톤을 더한 700톤 규모 광역소각장 계획이 행정 내부 문서에 이미 담겨 있었다.
2025년 12월 이 문서가 공개되면서 시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고, 이듬해 1월에는 소각장이 들어설 낙하리와 정작 이해관계가 먼 운정신도시의 여론마저 정반대로 갈렸다. 굴뚝 지하화·유해물질 대책을 요구해 온 주민들 사이에서도 단독이냐 광역이냐를 둘러싼 셈법은 서로 달랐다. 결국 2026년 8월 외부 폐기물을 받지 않는 400톤 단독소각장으로 방침이 정해졌지만, 6년간의 절차와 해명 과정 자체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낙하리, 이미 소각장을 안고 사는 동네
탄현면 낙하리에는 이미 소각장이 있다. 파주환경관리센터, 100톤 소각로 두 기가 하루 200톤을 태운다. 1990년대에 지어진 시설이다. 그 옆으로 재활용 선별장과 매립장, 그리고 소각장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함께 지은 수영장까지 들어서 있다. 낙하리 주민들에게 소각장은 낯선 시설이 아니라 수십 년째 마을과 함께 있어 온 시설이다.
그런데 2020년, 파주시는 이 노후 시설 옆에 소각장을 하나 더 짓겠다고 나섰다. 그 6년의 이야기가 이번 여름, 예상 밖의 결말로 일단락됐다.
2020년, 낡은 소각로와 새 규제
발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설 자체의 노후화. 인구가 늘면서 폐기물도 함께 늘었지만, 100톤 소각로 두 기로는 감당이 벅찼다. 다른 하나는 정책 변화였다.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을 금지하는 정책이 예고되면서, 태우지 않고 묻던 쓰레기까지 소각장으로 몰릴 참이었다.
파주시는 2020년 2월 소각시설 신설사업에 착수했다. 다섯 달 뒤인 7월에는 고양시와 광역화 논의를 시작했다. 이웃한 두 도시가 소각장 하나를 함께 쓰는 방안이었다. 2021년 2월부터는 두 갈래 안이 동시에 검토대에 올랐다. 파주시 몫만 처리하는 하루 400톤 규모의 단독소각장, 그리고 고양시 몫까지 더한 700톤 규모의 광역소각장. 사업비로 따지면 단독안 2,194억원, 광역안 3,839억원.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크기 자체가 달라지는 갈림길이었다.

7차례 회의 끝에, 다시 낙하리
부지를 정하는 일도 간단치 않았다. 2021년 1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입지선정위원회가 일곱 차례 열렸다. 그 끝에 낙하리가 다시 낙점됐다. 2024년 8월 타당성 조사 결과가 공고·공람됐고, 다음 달 입지결정고시가 났다.
이미 소각장 하나를 안고 있는 동네에, 소각장이 하나 더 들어서는 셈이었다.
2024년 가을, 주민 앞에 선 계획
2024년 9월 23일부터 10월 28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가 공람에 부쳐졌다. 의견 제출 마감은 11월 7일. 그 사이인 10월 17일 오전 11시, 탄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가 끝난 뒤 주민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시장이 직접 나와 설명할 것, 다이옥신 등 인체 유해성을 명확히 밝힐 것, 농사철을 피해 다시 열 것, 고양시와의 계약 내용을 공개할 것, 독립적인 평가를 받을 것. “수은,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을 내뿜는 소각장으로 인해 매일 약을 먹고 있다”는 주민의 말도 나왔다(파주타임스, 2024-10-18). 시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이나 고시에 앞서 설명회를 다시 열겠다고 답했다.
한편에서는 시민단체가 광역소각장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청원을 냈다. 파주시의회는 이 청원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았다. 장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광역시설 결정이 파주시 혼자 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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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굴뚝을 낮춰달라는 요구
이듬해 2월 27일 오후 2시, 파주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가 열렸다. 탄현·문산·월롱 주민 약 200명이 모였다.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광역쓰레기 반입 반대, 굴뚝 높이를 100m에서 30m로 낮출 것, 아예 굴뚝을 지하화할 것, 벤젠·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용역책임기술자는 굴뚝 지하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2025년 12월, 행정문서 한 장이 던진 질문
그해 12월 15일, 파주시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법령이 정한 절차대로 행정을 밟고 있으며, 고양시와 반입 여부·비용·운영주체를 확정한 협약이나 합의문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광역화 가능성 자체는 열어두되,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닷새 뒤인 12월 20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이던 고준호 의원(국민의힘, 파주1)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직매립금지 제도 준비현황 관리카드”, “경기도 자원순환 시행계획 변경요청 문서” 같은 행정문서를 근거로, 파주시 400톤에 고양시 300톤을 더한 700톤 규모 광역소각장 계획이 행정 내부에서 이미 관리되고 있다고 공개한 것이다(전자신문, 2025-12-20). 고 의원은 공개토론과 함께, 고양시 폐기물을 받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응하지 않았다.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단순한 검토 자료다.” 파주시의 대응은 12월 15일 입장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26년 1월, 엇갈린 두 동네
해가 바뀌고 나서야 여론의 결이 드러났다. 운정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1,325명이 응답했고, 그중 83%인 1,100명이 단독소각장을 지지했다. 그런데 정작 소각장이 들어설 낙하리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이 동네 주민 다수는 오히려 광역화를 선호했다.
소각장에서 먼 동네가 규모를 줄이자 하고, 소각장을 떠안을 동네가 규모를 키우자 하는 구도. 반입량이 늘어도 부지 하나로 처리를 끝낼 수 있는 광역화 쪽이, 낙하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실리로 읽혔을 것이다. 여기에 낙하리 부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까지 겹쳐, 군 협의가 늦어지면서 당초 2024년 9월로 예정됐던 최종 결정도 함께 미뤄졌다.
2026년 8월, 400톤으로 결론 나다

그리고 2026년 8월, 파주시는 방침을 정했다. 타 지자체 폐기물을 받지 않는 하루 400톤 규모의 단독소각장. 6년 전 검토대에 올랐던 두 안 가운데 더 작은 쪽, 그리고 낙하리 주민이 아니라 운정신도시 주민이 원했던 쪽이었다.
고준호 전 의원은 곧바로 환영 논평을 냈다. “시민들과 함께 요구해 온 방향이 마침내 정책으로 반영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축하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25년 12월 자신이 공개했던 행정문서와 고양시 관계자의 확인 사실을 다시 꺼내며, “파주시 관련 부서는 시민에게 핵심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해명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제 결정이 자신이 요구했던 방향으로 났으니, 누가 시민에게 사실을 말했고 누가 사실을 숨겼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양시와의 협의 경위, 행정문서 작성·보고 과정, 대시민 해명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거짓 해명이나 사실 은폐가 확인될 경우 관련 부서·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요구했다.
“정책은 바꿀 수 있지만 시민을 속인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고 전 의원의 마지막 말이었다.
남은 이야기
6년 동안 낙하리 2호 소각장은 700톤에서 400톤으로, 광역에서 단독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그 사이 낙하리는 두 번째로 소각장을 떠안을 처지가 됐고, 정작 규모를 결정한 것은 그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운정의 여론이었다.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소각장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완공될지, 그리고 고준호 전 의원이 요구한 책임 규명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
-파주콘텐츠제작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