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경로당 문을 두드려 본다 -박충섭

오늘도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경로당 문을 향합니다. 여든을 넘긴 나이, 나 역시 남들이 보기엔 그저 쉬어 가야 할 나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볍고 활기차집니다. 스마트폰 속 AI라는 새로운 세상, 그 작고 스마트한 화면을 통해 어르신들의 여생이 조금 더 편리하고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길을 나섭니다.
경로당 문을 열면 늘 따뜻한 환영만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걸 배워서 어디다 써?”, “돌아서면 잊어버릴 걸 뭐 하러 고생하며 배워?”, “그냥 이대로 살다 가야지…”, “돈이 있어야 비싼 스마트폰도 사고 그런 걸 하지.” 듣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지는 비난조의 말들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디지털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느껴지는 두려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담을 쌓아버리는 안타까운 푸념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깊은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내 손길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AI의 첫 문을 열어드리는 순간, 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됩니다. “어르신, 이건 단순한 전화기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어르신 곁에서 무엇이든 척척 도와줄 ‘똑똑한 비서’ 한 명을 무료로 구하신 겁니다.”
돋보기안경 너머로 수줍게 머뭇거리시던 한 어르신이 굵고 떨리는 목소리로 화면을 향해 나지막이 명령을 내려보십니다. “비서야, 내일 아침 약 먹을 시간 8시에 알람 좀 맞춰줘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마트폰이 “네, 내일 오전 8시에 약 복용 알람을 설정했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답변합니다. 그 순간, 경로당 안에는 순간 정적이 흐르고 어르신의 눈동자가 둥그렇게 커집니다.
“이것 봐라? 진짜 내 말을 받들어 모시는 비서네!”
평생 남의 눈치 보고, 자식들에게 눈치 보며 기계 앞에서는 늘 눅진하게 주눅 들어 계시던 어르신의 허리가 순간 꼿꼿하게 펴집니다.
“오늘 파주 날씨 좀 보고해 봐라”, “옛날 생각나게 조용필 노래 좀 틀어봐라.”
마치 큰 기업의 회장님이라도 된 듯 당당하게 명령을 내리시고, 스마트폰이 토를 달지 않고 일초 만에 척척 대령하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의 얼굴에는 어안이 벙벙한 경이로움과 함께 이전에 없던 자긍심이 오롯이 피어납니다.
“내 평생 나만을 위해 이렇게 완벽하게 일해주는 비서는 처음일세!”
손가락 마디가 굳어 자판 치는 것조차 두려워하시며 “나 같은 늙은이가 뭘 하겠냐” 하시던 분들이, 주체적으로 스마트폰을 부리며 “나도 이제 AI 비서를 둔 사람”이라는 뿌듯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 돋보기를 바짝 고쳐 쓰며 비서에게 또 무슨 일을 시켜볼까 고민하시는 그 열망 어린 눈빛을 마주할 때, 도리어 내 마음이 환하게 치유되고 따뜻한 힐링을 얻습니다.
“그걸 해서 뭐 해”라며 손사래 치시던 분들도 어느새 슬그머니 곁으로 다가와 “이봐, 나도 비서 하나 만들어줘, 내 말도 들을까?” 하고 은근한 기대감으로 눈빛을 반짝이십니다.
잊어버리면 또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 기계에 끌려다니는 늙은이가 아니라, ‘AI 비서를 거느린 스마트한 주인공’으로 스스로를 느끼며 크게 웃으셨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히 값진 변화입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마음의 문을 열면 누구나 스마트한 세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뿌린 작은 호기심의 씨앗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당당한 행복으로 피어나 누구보다 스마트한 여생을 누리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경로당의 문을 두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