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 다방 – 이영희

지난겨울,
뮤츠(우리집 반려견)와 산책하던 동네 공원 앞 작은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늘 한가해 보이던 곳이라
그저 “사장님 속상하시겠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문을 닫고 나니
누군지 모르는 그 사장의 마음이 내내 안타까웠다.
한동안 가게의 대형 유리창에는
크게 ‘임대’라고 붙어 있었고,
텅 빈 공간은
지독히 추운 겨울날씨처럼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가게 안에서 목공 인부들이 뿌연 먼지속에서
깎고 자르고 뭔가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 무슨 가게가 들어서려나보네.
괜한 궁금증에
나는 매일 그 길을 더 자주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며칠을 그렇게 공사를 하더니, 드디어—
아뿔싸.
벽지를 바르던 날,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니… 저건 뭐지?
요즘 누가 저런 벽지를 쓰지?
진한 암녹색에 꽃무늬라니.
이건 완전히 6~70년대 레트로풍 아닌가.

도대체 무슨 가게일까.
어둠침침한 호프집이라도 들어서려는 걸까.
여기서 과연 될까.
그때부터 나는
온갖 잡생각으로 오지랖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 전공이 오지랖이었나 싶을 정도로.
며칠을 지나 다시 그 앞을 지났을 때,
이미 가게는 문을 열고 있었다.
연서다방.
아… 이게 뭐야.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동안 품고 있던 괜한 불신이
그 한마디에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래, 이거지.
다방이니까! 충분히 어울린다.
나는 대형 유리창 너머로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봤다.
무인 24시 다방.
그래, 요즘은 무인점포가 많으니까.
이제 다방도 그렇게 바뀌는구나.
그런데—
어머나.
테이블보는 여전히 꽃무늬였고,
그 위 작은 유리병에는
어릴 적 한창 접던 종이학이 담겨 있었다.
천 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던,
그 종이학.
아니아니….다시보니 별이었네. ㅋㅋㅋ
다른 병에는
꽃 한 송이가 조용히 꽂혀 있었다.
아…..
옛날 생각이라기보다는,
이건 참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나는 문 손잡이에 뮤츠 목줄을 걸어두고
부리나케 들어가 실내사진 몇 컷을 담고 나왔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단지 금붕어가 헤엄치는 대형어항만 없을 뿐,
그곳은 우리가 알던
그 시절의 다방이었다.
화려하지 않아 더 오래 남는 것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고,
괜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을거같다.
별것 아닌 것들인데도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게 된다.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남아 있다.
벽지의 무늬로,
의자의 온기로,
유리병 속 작은 마음의 별로!
연서다방은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문 것들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곳은
그렇게 사람을 붙잡는다.
우리동네의 명물이 되고도 남을
연서다방의 대박을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