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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참게 어획량, 풍흉의 반세기


가을이면 임진강의 문산과 적성,파평지역 강가에 참게잡이 배가 뜬다. 조선시대 수라상에 올랐다는 이 강의 별미는 해마다 풍흉이 엇갈려왔다. 2001년 가뭄으로 치어가 떼죽음해 그물이 비었던 해가 있었고, 방류사업 이후 하루 1톤 넘게 건져 올리던 호황도 있었다. 2009년엔 6만원으로 뛰었다. 24년 만에 되풀이된 흉년 앞에서, 반세기 동안 이어진 임진강 참게잡이의 부침을 되짚어본다.-파주콘텐츠제작소

강을 거슬러 오는 것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임진강 하류에서 참게가 움직인다. 알을 가득 밴 채 강을 거슬러 오르는 참게는 조선 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오래전부터 이 강의 자랑이었다. 전국에서 으뜸으로 치는 황복과 나란히, 참게는 임진강의 별미로 꼽힌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 일대, 강이 굽이치며 여울을 이루는 구간이 참게잡이의 무대다. 통발을 강바닥에 내려놓고 며칠을 기다렸다가 건져 올리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통발 안에 얼마나 들었는가, 해마다 달라지는 그 숫자다.


참게 한 마리, 밥 한 그릇

‘참게 한 마리면 밥 한 그릇 비운다.’ 이 지역에서 오래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딱지 안에 밥을 비벼 먹으면 순식간에 한 그릇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고소한 맛에 한 번 반하고, 뒤이어 올라오는 감칠맛에 또 한 번 반한다고들 한다.

가을 중에서도 9월에서 11월 사이, 알이 가장 꽉 차고 살이 오르는 시기가 있다. 추석 직전이 특히 그렇다. 이 무렵의 참게는 장까지 꽉 차 맛이 가장 좋다는 게 강가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어부들의 손이 가장 바빠지는 계절도, 밥상 위에 참게가 가장 자주 오르는 계절도 이때다.


2001년, 가뭄이 그물을 비웠다

하지만 강이 늘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가을, 문산과 적성, 파평 일대 어부들의 그물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해 봄 극심한 가뭄으로 참게 치어가 대량으로 폐사한 탓이었다. 성어기인 가을이 되어도 빈 그물만 올라오는 날이 이어졌고, 파주어촌계 20여 가구가 하루에 건지는 양은 20~30㎏, 예년의 10% 수준에 그쳤다.

이상한 것은 가격이었다. 어획량이 이렇게 줄었는데도 소매가는 ㎏당 4만원, 전년보다 1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참게 1㎏과 간장 양념이 든 간장게장 세트는 한 박스에 10만원에 팔렸다. 그해 강가에서는 이런 말도 돌았다. 시중에 이보다 싸게 나온 참게가 있다면 수입산이거나 임진강이 아닌 다른 강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회복, 그리고 다시 흔들린 강

2001년의 흉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자체의 방류사업과 수질 정화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강은 서서히 되살아났다. 하루 200~300㎏까지 올라오던 풍년의 기억이 되돌아온 것이다. 2010년 무렵에는 하루 평균 1~1.5톤에 이르는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강의 사정은 자연이 아닌 다른 변수에도 흔들렸다. 상류의 군남댐 건설과 북한 황강댐 방류가 겹치면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어획량은 크게 출렁였다. 어느 해는 절반이 줄고, 어느 해는 다시 회복하는 일이 반복됐다. 같은 해 안에서도 달마다 편차가 컸다는 보도가 남아 있을 정도다. 강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라도, 위에서 물을 어떻게 내려보내느냐에 따라 아래 강가 사람들의 하루가 달라졌다.


2025년, 다시 비가 문제였다

그리고 2025년 가을, 강가의 사정은 다시 나빠졌다. 이번엔 가뭄이 아니라 그 반대, 잦은 비였다. 파주 임진강에서, 때로는 한탄강까지 올라가 통발을 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통발 500개를 하루 건져 올려도 10㎏, 약 100마리 안팎에 그치는 날이 이어졌다. 통발 150개를 놓고 2~3일마다 거두어도 5~10㎏ 수준이었다.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참게의 이동 경로가 흐트러지고 먹이 자원이 줄어든 탓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어획량 앞에서도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1㎏당 3만원에서 4만원, 알이 꽉 찬 암컷은 5만원에서 6만원까지 받았다. 2001년의 최악을 24년 만에 다시 마주한 셈이었다. 가뭄이든 폭우든, 강물의 균형이 깨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어부의 그물로 돌아왔다.


강가 사람들의 희비

같은 참게, 같은 강인데도 해마다 어부들의 표정은 딴판이었다. 통발 가득 참게가 올라오는 해에는 손이 모자랄 만큼 바빴고, 그물이 빈 채로 올라오는 해에는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 기다리는 일이 잦았다. 풍년에는 참게가 흔해 값이 크게 뛰지 않았고, 흉년에는 귀해진 만큼 값이 올랐지만 정작 팔 것이 없어 손에 쥐는 돈은 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어부에게 넉넉한 해는 드물었다는 이야기다.

적성면과 파평면의 강가에서 대를 이어 참게를 잡아온 사람들에게 임진강은 여전히 삶의 터전이다. 가뭄이 지나가면 방류사업으로 되살아나고, 댐이 물을 내려보내면 출렁이고, 비가 잦아지면 또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는 강. 그 강을 사이에 두고 풍년과 흉년이 반세기 넘게 되풀이되어 왔다. 올가을 그물에 무엇이 담길지는, 강만이 알고 있다.


참고: [[임진강-참게]] (동아일보 2001-09-26 / 위키트리 2025-10-03 / 종합 어획량 비교 자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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