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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위 파주쌀 예찬 – 김선희

김선희 파주작가

생명의 열매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파주 쌀
임진강 맑은 물과 DMZ의 기름진 흙을 머금고
들녘의 보드라움을 가득 품었네
쌀 브랜드와 미곡종합처리장
땀으로 세워져 빛난다

참드림, 남북의 벼 품종 교배해
평원 벼로 만든 평화미소
비무장지대 대성동 자유 마을에서
하얗게 빛나고
평화 도시가 건네는
세계 유일의 쌀이다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
물꼬 트는 농부의 작은 발걸음 따라
연초록은 진초록으로 무성해지고
모 한 줌에 일천여 개 벼가 단단히 앙다문다

뜨거운 햇살 속 모는 무럭무럭 자라
황금빛 벼가 되어 가고
가을 맞이하는 콤바인 기다리는 시간
논바닥엔 하얗게 놓인
압축포장 사일리지(Bale Silage)가 구른다

부드럽고 찰진 한수위 쌀
담백한 맛은 입안을 감싸는 꿀맛
사계절 내내 저장해
식탁 위에 오르는 매일 매일
우리 식구 모두 그 큰 수저로
한입 가득 정성을 먹는다


평화미소로 만든 쌀
접경 너머 그 너머
한 핏줄 타고난 우리 민족의 밥상에도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이팝
고봉으로 올랐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담게한 이 시는

한 편의 기사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월간 파주》 6월호를 펼쳤다가 한수위 파주쌀 기사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짧은 글이었지만, 그 안에는 내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가 있었다. 파주쌀이 그저 오늘 사 먹는 먹거리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깨끗한 땅, 그리고 평화의 염원까지 품은 쌀이라는 사실이었다. 날마다 식구들의 밥상을 차리는 나에게 그 이야기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한 톨의 쌀이 내 안에서 한 편의 시가 되어 갔고, 그렇게 〈생명의 열매〉를 쓰게 되었다.

오래된 쌀의 무게를 생각하며

먼저 마음에 새긴 것은 파주쌀의 깊은 내력이었다. 1454년에 발간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파주 옛 땅 장단현에서 나는 쌀이 콩, 인삼과 함께 나라에 진상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는 시의 첫 행에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파주 쌀”이라는 구절을 두었다. 우연이 아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풍부한 물길,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오히려 깨끗하게 보전된 DMZ의 흙은 예부터 좋은 쌀을 길러 냈다. 나는 이 역사와 자연을 “임진강 맑은 물과 DMZ의 기름진 흙을 머금고”라는 한 줄에 담아, 한 그릇의 밥에 깃든 시간의 무게를 노래로 옮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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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품은 쌀, 한수위와 평화미소

나를 가장 크게 흔든 것은 평화미소였다. 한수위 파주쌀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참드림이 중심을 이루지만, 그 곁에는 남한과 북한의 벼 품종을 교배한 국내 최초의 남북 교배품종 평원벼가 있다. 파주시는 이 평원벼를 ‘평화미소’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고, 비무장지대 안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길러 낸다. 분단의 땅에서 자란 쌀이 도리어 평화의 상징이 된다니, 접경 도시 파주에 사는 나에게는 더없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대성동 자유 마을에서 / 하얗게 빛나고 / 평화 도시가 건네는 / 세계 유일의 쌀이다”라고 적었다. 한 톨의 쌀에 담긴 화해의 소망을 그대로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부의 눈으로 따라간 한 톨의 생명

이 시를 쓰면서 나는 줄곧 주부의 마음으로 쌀의 일생을 따라갔다.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에서 물꼬를 트는 농부의 발걸음을 떠올렸고,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무성해지는 들녘을 그렸다. 모 한 줌에 천여 개의 벼가 단단히 여물고, 뜨거운 햇살 속에서 황금빛으로 익어 가는 과정은 곧 한 생명이 자라나는 시간이었다. 부드럽고 찰진 식감, 사계절 내내 변하지 않는 저장성 같은 한수위 쌀의 장점도 나에게는 정보가 아니라, “식탁 위에 오르는 매일 매일” 식구를 먹이는 정성으로 다가왔다. “우리 식구 모두 그 큰 수저로 / 한입 가득 정성을 먹는다”라고 쓸 때, 비로소 쌀은 한 가정의 사랑이 되었다.

‘생명의 열매’라는 제목에 담은 마음

내가 이 시에 〈생명의 열매〉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 알의 볍씨가 흙과 물과 햇살을 거쳐 밥이 되고, 그 밥이 식구들의 몸을 살리는 일은 곧 생명이 생명을 잇는 일이다. 파주쌀은 오랜 역사가 인증한 품질의 쌀이자, 남과 북의 벼가 한 줄기로 만난 화해의 쌀이며, 동시에 매일의 밥상에서 가족을 먹이는 가장 가까운 양식이다. 나는 그 모든 의미를 ‘열매’라는 한 단어에 담고 싶었다.

마지막 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았다. 평화미소로 지은 쌀밥이 접경 너머, 한 핏줄로 태어난 우리 민족의 밥상에도 모락모락 김을 올리며 고봉으로 놓이기를 바랐다. 가족을 먹이는 내 마음이 분단의 경계를 넘어 한 민족을 먹이는 소망으로 번져 가던 순간이다. 〈생명의 열매〉는 결국, 한 그릇의 밥에서 시작해 평화의 밥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기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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