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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의회” 불명예 씻어내야 – 고기석

제9대 파주시의회가 지난 제8대 의회 의원 15명보다 한 명 늘어난 16명의 의원들이 앞으로 4년간 파주시의 미래를 책임질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시민을 위한 의회, 소통하는 의회, 일하는 의회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지난 제8대 시의회가 남긴 오점을 기억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던 선거 때의 외침은 까맣게 잊고 시민들은 안중에 두지도 않고 파주시장과 결탁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고 의장 자리를 놓고 상식밖의 자리싸움에 체면도 명예도 그야말로 의회 본분을 망각한 의회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지난 제8대 파주시의회는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의회무용론까지 대두됐었다.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이다. 하지만 지난 의회는 이러한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정치적 대립은 시민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고, 정책 심의 과정에서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다. 그런 시의회를 믿고 시장은 역으로 시의회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행정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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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추벌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과 프로축구 K2리그 추진, 민생지원금 지급 등 지역사회의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던 주요 현안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집행부의 정책을 충분한 검증 없이 거수기 역할만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두고 견제보다 “파주시 2중대” 역할을 해 왔다.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언만 가지고는 될 수 없다. 제9대 파주시의회는 의회 기능을 되찾고 뼈를 깎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싸우는 의회도, 권력에 기대는 의회도 원하지 않는다. 정책을 꼼꼼히 검토하고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으며 대안을 제시하는 ‘일하는 의회’를 원한다.

이번 의회는 민주당 10석, 국민의힘 6석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칫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기보다 다수의 힘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의회의 역할은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당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하며,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의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의회의 품격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협치와 의회 원칙을 중시하는 3선의 관록을 갖고 있는 최유각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의회의 제기능을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그 약속을 증명해야 한다. 의장은 의회의 중심에서 여야를 아우르며 협치를 이끌고, 집행부와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제9대 파주시의회의 성공 여부는 시민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며, 시민을 위해 행동하는 의회가 될 때 비로소 ‘의회다운 의회’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4년, 제9대 파주시의회가 과거의 불신을 넘어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방의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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