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연가 – 이영희

두물머리의 새벽은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된다.
아직 세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지만,
검은 어둠을 가르며 달려가는 내 마음은 어느새 새벽빛을 향해 달려간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차갑고도 맑은 공기.
내가 가장 사랑하는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두물머리를 서서히 깨운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진가들의 작은 숨소리와 낯설지만 따뜻한 인사,
그리고 강 위로 말없이 피어오르는 물안개.
안개는 강을 포근히 감싸 안고,
강은 아무 말 없이 새벽을 품는다.
어떤 날은 붉은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르고,
또 어떤 날은 짙은 안개가 모든 풍경을 감추어 버린다.
그러나 어떤 아침이든 두물머리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봄이면 연둣빛 생명이 강가를 물들이고,
여름이면 시원한 강바람이 반겨 준다.
비가 그친 뒤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꿈결 같은 풍경을 선물하고
가을이면 곱게 물든 나무들이 강물 위에 아름다운 추억을 비춘다.
겨울의 두물머리는 고요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두물머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새벽을 기다리며 함께했던 설레는 시간과 사진을 통해 맺어진 소중한 인연,
매서운 겨울 강바람 속에서 함께 나누어 마셨던 따뜻한 차 한 잔….
그 시간들은 차가운 손끝보다 먼저 마음의 온도를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그래서일까.
두물머리는 내게 단순히 사진을 찍는 출사지가 아니다.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오래된 친구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마음 한편에 머무는 특별한 곳이다.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결국 그곳에서 만난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스며든 추억과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새벽의 설렘을 꿈꾸며 두물머리를 그린다.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찾기 시작한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는
이제 내게 가장 익숙하고도 가장 설레는 장소가 되었다.
금강산에서 흘러온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곳,
한강의 시작점인 이곳은 집에서도 비교적 가까워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자연스레 발길이 향한다.
이른 새벽 강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장엄한 일출은 두물머리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출 촬영지로 만들었다.
4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느티나무와 황포돛배가 어우러진 풍경은 사계절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이러한 아름다움 덕분에 두물머리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었으며,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사진은 이영희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복제나 사용시 작가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pajuwiki@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