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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아슬한 공천 이야기 [선거 르포]

5월 1일, 한 여성이 손을 뗐다

봄볕이 따사로운 2026년 5월 1일 오후, 파주 정가에 짧은 보도 하나가 떴다.

“공천은 민심 아닌 권력 논리”…박미주 파주시의원 예비후보 불출마 선언

박미주. 국민의힘 파주시의원 예비후보. 6월 3일 지방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 그는 홀연히 경선 링을 떠났다.

이유는 단호했다. “시민의 뜻보다 권력 논리가 우선되는 공천 구조.”

박미주가 원래 신청한 경선 지역은 마선거구였다. 조리읍·파주읍·광탄면·월롱면·금촌 일대, 파주을 선거구의 절반을 아우르는 곳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경기도당이 마선거구로 경선 지역을 변경했다. 박미주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공천 과정에서 시민 평가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내부 영향력이 앞선다고 판단하고 사퇴와 함께 불출마를 선언했다.

숫자가 문제가 됐다 — 0명

박미주가 빠지게 되면서 파주을 선거구의 국민의힘 공천 명단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 후보: 0명.

손형배, 이익선, 김일철, 이한국, 한규민. 다섯 명, 모두 남성이었다.

이 숫자가 단순한 구성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5항은 정당이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의무다. 노력이 아니라.

파주시을선거구에는 도의원 제4·제5선거구, 시의원 라·마선거구가 속해 있다. 여성 후보가 단 한 명이라도 없으면, 법 제52조에 따라 이 선거구에 등록한 국민의힘 후보 전원의 등록이 무효가 된다. 다섯 명이 한꺼번에 선거판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구원투수, 그리고 반전

후보 등록 기간이 시작됐다. 다섯 남성 후보들은 속으로 숨을 죽였을 것이다. 법의 조건은 냉정했다. 여성 한 명이 등록하지 않으면 이들의 등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때 등장한 이름이 윤선희(66)였다.

윤선희는 라선거구 후보로 등록했다. 여성이었다. 법의 요건이 충족됐다. 파주을 선거구의 국민의힘 후보 전원이 가까스로 등록을 마쳤다. 위기는 넘어갔다.

구원투수의 퇴장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5월 22일, 파주시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 윤선희의 등록이 취소됐다. 이중 당적 문제였다.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2018년 창당되었다가 2020년 해산된 바른미래당의 당적이 말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명부에서도 이름이 지워졌다.

구원투수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시 여성 후보 0명.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법은 등록 기간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소급해서 다른 후보의 등록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 이미 등록이 완료된 손형배를 비롯한 나머지 후보들의 등록은 유효했다. 선거운동은 정상적으로 계속됐다.

남은 질문

6월 3일 투표일을 향해 선거판은 굴러간다.

박미주가 떠난 자리, 윤선희가 잠깐 채웠다가 사라진 자리. 파주을 선거구의 국민의힘은 결국 여성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됐다. 법의 위기는 아슬아슬하게 넘겼지만, 법이 보장하려 했던 여성 정치인의 참여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공직선거법이 의무로 못 박은 그 한 자리가, 공백이 됐다는 사실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묵직한 질문으로 남는다. 여성 정치 참여,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글 이기상 pajuwi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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